2015겨울방학추천도서(종합본)

작성자
김미경
작성일
2015-12-28 06:12
조회
7549
2015년 겨울방학 추천도서목록을 내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청소년의 겨울 방학은 참 깁니다. 이 기나긴 겨울 방학에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책따세가 매번 방학 때마다 추천 도서 고른지도 어느덧 햇수로 십육 년, 유연한 사고와 밝은 눈으로 좋은 책을 폭넓게 추천해 청소년에게 좋은 독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려고 합니다.

매주 금요일이면 운영진들은 책따세의 보금자리 카페 ‘더나더나’에 모여 도란도란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추천도서목록을 만드는 일이 녹록치 않은 작업이지만 힘들기 보다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각자 서점에서 찾아낸 책을 들고 와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검토하며 그 책에 대한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은 추천도서목록 만들기의 백미입니다. 이번에도 ‘청소년’ 대상 추천도서 23권, ‘교사-일반인’ 대상 추천도서 2권으로 총 25권의 책이 2015 겨울방학 추천도서목록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학 분야는 총 8권의 책이 선정되었습니다. 예년보다 줄어들어 책따세의 마음은 좀 무겁습니다. 중학생 수준 5권, 고등학생 수준 2권인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들에게 철학적 통찰이나 사회적 의제를 던져 주면서도 쉽게 읽히며 가독성 있는 소설은 그리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현재의 교육제도나 주변 환경에 대한 탈주의 욕망과 상상력은 청소년 문학의 보고라는 사실은 확인되었습니다. 안녕, 바람은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의 고민과 감정, 그리고 그 나름의 대안을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묵직한 공감과 위로가 배어 있어서 성장 소설로 손색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청소년 소설 얼간이 신입생의 일기는 가볍지만 경쾌한 방식으로 부모와 학교의 지나친 간섭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공부 못하는 아이 행세를 한다는 설정이 약간은 발칙하지만 청소년이 스스로 자아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합니다.

우리가 당면한 세계적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혜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청소년 문학이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모두 깜언은 다문화 가정과 장애라는 무거운 삶의 현실 앞에서 어린 소녀가 짓눌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 나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소설입니다. 천국으로의 70마일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난민들의 현실을 직접 다루면서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자유나라 평등나라는 중1 수준이라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의 양면성을 알기 쉽게 잘 설명한 책입니다. 어린 청소년들을 위한 알기 쉬운 사회 철학 입문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가 서로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것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편 이번 책따세가 선정한 청소년 소설에는 미래 세계를 우울한 디스토피아로 묘사하며 현재 사회를 우의적으로 비판하는 소재가 부쩍 눈에 뜨입니다. 위대한 감시학교는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점수로 평가하는 감시 평가제와 그로 인해 병들어 가는 학생들의 인간관계를 가상의 미래 현실로 묘사하는가 하면 밀레니얼 칠드런은 카스트 제도처럼 학생들을 등급화하여 교육시키는 비인간적 현실을 미래 교육의 한 장면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권 다 성적 지상주의로 치닫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빗대고 있으면서 도구화된 과학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책 바이러스 LIV3, 책의 죽음 은 더 나아가 책을 읽고 글쓰기를 즐기는 ‘문자족’과 영상과 인터넷을 즐기는 ‘컴족’과의 대결을 설정합니다. 미디어의 급속한 변천이 우리의 미래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이 담겨있는 소설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인문, 사회 분야의 추천 도서는 총 9권입니다.

동서고금의 보편적 진리를 담는 것이 고전이라면 책따세의 인문학은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세계사적 문제를 우선 직시합니다. 세계화가 확산되고 국가 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증대되는 지구촌에서 서로 다른 종교, 종족, 문화에 대한 갈등의 양상이 예전보다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은 기이한 일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다른 문화, 종교에 대한 열린 시각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우리 청소년들에게 알려주어야겠죠. 이슬람 학교는 그동안 무지와 오해의 베일에 가려졌던 이슬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책입니다. 아직도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어찌 보면 책따세로서는 용기 있게 추천 결정한 도서이기도 합니다. 30년 가까이 중동 역사와 이슬람 문화를 연구한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바랍니다.

종교, 종족, 문화가 다른 타자들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면 인류는 전쟁, 학살 등의 무모한 비극을 저질러 왔습니다. 비이성의 세계사는 그 마녀 사냥의 역사적 참상을 동서와 좌우 이념을 가리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이성이 상실된 상태에서 종교나 이념이 광신과 교조주의로 치달을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가를 생생히 소개한 책입니다.

자연과의 공존 등은 우리 책따세가 언제나 놓치지 않는 생태적 가치입니다. 전기 없이 우아하게는 하루 5암페어의 전기만 사용해서 도시에서 지혜롭게 생존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독자들은 이 절전 생활을 통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작지만 중요한 실천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도시의 나무 산책기는 제목만 보면 언뜻 과학도서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무가 싱싱하고 아름다운 곳은 사람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이고, 나무가 죽어가는 곳은 사람도 살기 힘든 곳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분명히 인간과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을 통합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인문서임에 틀림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관점들은 인간들 사이의 공동체 문체로 모입니다.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는 정보화 사회 속에서 고립된 개인으로 살아가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공동체의 회복 방법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하는 책입니다.

인간성의 본질과 사회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당연히 인문학의 본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의 책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소개하고 싶지만 내용의 충실성과 청소년들에게 읽히기 쉬운 가독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책은 그리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더구나 추천 결정된 도서의 출판사가 중복되어 아쉽게 다음 기회로 미룬 책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두 권의 책을 건져 올립니다. 세상을 바꾼 질문은 진리를 향한 질문과 세상의 아이러니에 대한 질문을 구분하고 이를 잘 추려서 문명의 역사를 짜임새 있게 서술한 책입니다. ‘익숙한 것들로 현재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없을 때 인간은 질문을 던진다.’라는 대목이 참 인상적 입니다. 이미지가 이미지로 보이니는 우리가 숱하게 접하지만 막연하게 알고 있던 이미지의 정체, 그 속성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하는 책입니다. 특히 이미지와 현실을 잘 분별하며 이미지에 대한 나의 욕망을 잘 직시해야 한다는 대목은 오늘날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구절입니다.

물론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만이 인문학의 영토를 다 차지할 수는 없습니다. 문득 묻다는 우리 주변의 작은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어떻게 위대한 발견이나 역사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지를 재미있고 감칠맛 나게 이야기 해주는 책입니다.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강요하는 느낌이 없으며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레 읽힐 것이라는 기대를 안겨 주는 책이기에 기꺼이 추천합니다.

올 겨울 추천 목록 중에서 가장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분야는 과학 도서들입니다. 총 6권의 책이 선정되었는데 과학적 방법론, 과학사, 생물학, 뇌과학, 일상적 과학 지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먼저 보스포루스 과학사는 동, 서양의 과학사를 교차하면서 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며 이것이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폭 넓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서양 근대 과학 중심에서 벗어나 인류의 탄생과 문명의 시작에서 과학사의 기원을 찾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과학자들이 과학 일반에 대해 자유롭게 주고받은 ‘수다’를 모아 놓은 과학 수다는 평소 진지하게 연구에만 몰두한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들의 또 다른 이면을 볼 수 있게 한 책입니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들에게 이 책은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주는 진로 도서의 역할도 합니다.

자연의 배신문버드는 두 권 다 냉혹한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명체들의 눈물겨운 분투를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자는 그 비정한 측면을, 후자는 외경스러운 측면을 강조하는 차이가 있지만 이 매혹적인 생명체들이 다양하고 풍성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시선이 같아 보입니다.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는 현재 가장 관심이 집중된 과학 분야인 뇌과학의 세계를 소개한 책입니다. 이미 밝혀진 과학 원리가 아니라 현재 활발하게 연구 중인 분야를 소개하고 있어 현장감이 느껴집니다. 의학, 전자 공학 등 인접 과학과의 융합적 시각과 뇌과학과 연관된 윤리.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점이 돋보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과학적 사고를 부드럽게 자극할 수 있는 책들도 눈에 띕니다. 돈키호테는 수학 때문에 미쳤다는 인문학 고전이나 문학 작품을 수학과 관련 지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문∙이과의 벽을 허물고 학문 간의 통섭을 강조하는 요즈음의 추세와도 잘 맞는 책으로서 곳곳에 독특하고도 장의적인 발상이 빛나는 내용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예술 분야로는 한권의 책만이 선정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책들을 많이 낚아 올릴 수 있기 바랍니다. 예술 수업에서 저자는 지식 중심으로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진정한 예술과의 만남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무엇보다 예술 작품이 현실과의 부딪침을 통해 형성된 것임을 깨닫고 예술이 삶의 진실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책따세는 교사와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2권의 책을 추천합니디. 이 두 권의 책은 아이들에게 우리 것을 가르쳐 주고 물려주어야 할 이 땅 어른들의 필독서입니다. 소중한 전통유산에 대해 우리는 그저 막연히 자랑만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책들은 그 유산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파악하는 방식을 가르쳐 줍니다. 먼저 문화재 공부법은 화려한 겉모습과 수식 어구에서 벗어나 우리 문화재가 서 있는 장소와 구조가 어떤 정신과 사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기본부터 가르쳐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음양오행이나 주역 등의 사전 이해 없이 우리 문화재의 겉 모습만 갖고 쓸데없는 우열을 논했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미친 국어사전은 우리 책따세가 추천한 도서로선 드물게 자극적인 제목입니다. 그러나 ‘한자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 외래어를 사랑하는 국어사전’으로 전락한 이 나라 표준국어대사전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의 내용을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국어사전이 지니는 역사성과 민족정신을 기억하고 후대에 떳떳한 사전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은 이 책을 곁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추천도서 목록과 개별 서평,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자료들은 책따세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무료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좋은 책이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나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추천도서목록 작업을 비롯한 책따세의 많은 활동들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따세는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립니다.